'신'과 '존재'의 의미

'신'이라는 단어는 수천년동안 잘못 사용된 나머지 그 의미가 공허해지고 말았다.

내가 믿는 신만이 유일한 신이고 당신이 믿는 신은 거짓이라는 어리석은 주장과 믿음에 빠지면서

'신'이라는 말 자체가 닫힌 개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는 그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인간적인 어떤 이미지가 창조되고(대개 남성적 이미지)

우리 밖에 있는 누군가를 상상하게 된다.

이렇게 때로는 단어 자체가 본래의 뜻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바깥의 누군가를 내세워 우상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신'이라고 하든 다른 단어를 쓰든

그 말이 품고 있는 바를 우리가 경험하는게 중요한 것이다.

'신'과 달리 '존재'라는 단어는 열린 개념이라는 장점이 있다.

적어도 이 단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한함을 제한된 것으로 축소하지 않는다.

'존재'라는 말을 듣고 인간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배타적으로 독점할 수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존재'야말로 나 자신의 정수다.

'존재'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자신의 현존 상태를 우선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이다, 나는 저것이다 라고 규정하기 이전의 생생한 '있음'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

'존재'라는 단어는 나 자신의 존재를 향해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말이다.